안녕하세요. Bear입니다. 블로그 휴식기를 가지는 동안 베트남에 일주일 정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성격상 여행을 가서도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어서 책을 들고 갔습니다. 그간 바쁜 일상을 보내느라 진득하게 책을 마주한 시간이 적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일상의 걱정에서 벗어나 오로지 책에 집중하고자 3권의 책을 캐리어에 챙겼습니다. 평소라면 일주일 동안 한 권의 책을 완독하기도 버거운 저입니다. 책을 읽다가도 1시간 정도 이후면 집중력이 약해지기 때문에 읽는 속도가 더뎌집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일주일 간의 여행 동안 3권의 책을 모두 읽을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이게 가능했던건지 그 내용을 정리해봤습니다.
1. 중간부터 시작하자
저는 책이란 저자의 경험과 정보를 정제한 와인과도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음미하듯 처음부터 시작해서 끝까지 맥락을 이어서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책과 저자에 대한 존중을 담은 태도였지만 책을 읽다가 흐름이 끊기면 다시 경건한 마음으로 책에 몰입하기 어려웠습니다. 한번 깨진 집중력을 다시 되돌리려면 상당한 에너지를 소모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책의 초입에 정리된 목차를 보고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정리된 내용들은 나눠서 읽어도 상관없지 않을까?” 마치 음식을 소분하여 나눠 먹듯이 책을 한번에 다 읽지 않고 분량을 정해놓고 그만큼만 읽는 것입니다. 이렇게 생각하고 책을 목차대로 내용을 나누니 읽기 버겁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또한 읽으면서 정해둔 분량을 다 읽으면 생각보다 빨리 읽어서 다른 목차도 이어서 읽었습니다. 그리고 이 방법은 책을 반드시 처음부터 시작할 필요가 없습니다. 첫 장부터 책을 펼치고 시작하는 순간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목차와 저자의 프롤로그를 읽었을 뿐인데 벌써 피로감이 들 때가 있습니다. 중간부터 시작할 수 있는 소분 독서법은 어떤 부담감 없이 마음 편하게 독서에 임할 수 있었습니다.
2. 집중력은 환경에 좌우된다.
이번 여행에서 독서법을 깨우치면서 환경이 집중력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어디서 듣기로는 작가들이 글을 쓰기 위해 호텔에 들어가는 이유가 집에서 글을 쓸 때 보다 집중력을 더 가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집에 있다보면 빨래나 설거지처럼 집안일이 생각나기도 하고 택배가 오거나 TV를 보게되면서 딴짓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비행기는 집중하기에 제법 괜찮은 장소였습니다. 비행 중엔 자리에 앉아있어야 하고 달리 할 수 있는 일도 없으니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봅니다. 이번 비행 중엔 이어폰을 꼽고 독서를 해봤습니다. 활동이 제한되는 환경에 있다보니 자연스레 독서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5시간의 비행시간 동안 2시간 정도는 온전히 집중하고 그 이후엔 조금씩 휴식을 취하면서 책을 읽었습니다.
가수 박진영은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작곡이 아주 잘된다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무슨 일이 생긴다고 해도 비행기 안에서 육지 쪽과 무언갈 함께 할 순 없으니 그저 작업만 하게 되는 모양입니다.
제가 있던 숙소는 바다와 숲이 어우러진 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도시와 떨어진 곳에 있기 때문에 소음은 없고 바람에 흔들리는 풀소리와 새소리만 들릴 뿐이었습니다. 덥지만 창문을 열면 산들바람이 조금 불기에 창을 열고 소파에 비스듬히 누우면 편하게 휴식을 취하기엔 최적의 환경이었습니다. 테이블엔 베트남 커피를 두고 홀짝이면서 책을 펼치고 폰으로 재즈를 틀어 놓으니 집중이 절로 되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렇게 2시간 정도를 무엇에도 신경을 뺏기지 않은 채로 책에만 몰두했습니다.
물론 집에서는 비슷하게 환경을 조성해본들 베트남 숙소에서만큼 집중이 잘 될리는 없습니다. 다만 자신이 편안함을 느끼는 환경은 무엇인지 차츰 고민해나갈 부분입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호텔에 이틀 정도 묵으면서 책을 읽는 취미를 가져도 좋겠습니다.
3. 단점 : 책의 장르가 관건인 방법일 수도 있다.
제가 여행 동안, 그리고 현재 사용하는 소분 독서법은 책의 분야에 따라 적용이 불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주로 읽는 책은 문화/예술, 비즈니스에 관한 책입니다. 서사가 중요한 소설의 경우엔 중간부터 시작하는 독서 방식이 적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방법을 소설에 적용한 경험은 없어 혹시 시도해보신 분이 있다면 그 후기를 댓글로 알려주세요.
4. 여행 동안 읽었던 책들 요약
타이탄의 도구들
사업을 하시거나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강력히 추천합니다. 세상엔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있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성공한다는 것을 알게 해줍니다. 무엇보다 책에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심리는 “자신을 믿고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의 길을 가기 위해 고독함에 빠져있는 분들이 읽으면 차츰 의욕을 회복할 것이라고 봅니다.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윤혜정 에디터가 인터뷰한 현대 예술계에서 중대한 위치에 있는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습니다. 인터뷰 본문에 들어가기 전 챕터마다 인터뷰이를 일컫는 말들이 저자의 다정함과 예술을 향한 열정을 느껴볼 수 있습니다. 거기에 인터뷰에 담긴 예술가들의 말은 소중한 경험의 산물들로써 큰 귀감을 안겨줍니다.
걸작과 졸작
사이 아쉽게도 이번 여행동안 읽은 책들 중 가장 집중하기 어렵고 이런저런 감명을 받지는 못한 책입니다. 이 책은 작품이 주는 감상과 예술적인 영향에 대한 글이 아닌 그림의 시대적인 배경과 해설에 초점을 맞춥니다. “방구석미술관” 등의 책을 접해본 독자라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책의 어법이 다소 사전적이어서 술술 읽히는 느낌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자의 오랜 경험과 지식이 정리된 이 책은 분명 그림을 공부하는데에 있어서 한번쯤은 읽어볼 책입니다.
이번 글에서 책을 읽는 저의 방식을 정리해봤는데요. 베트남 여행동안 시도한 이 방식은 지금도 유지하고 있습니다. 독서에 대한 부담감을 많이 덜어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방법을 찾는 것이죠. 효율만이 만능은 아니지만 각자에 대한 최적화는 늘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드시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여러 방식을 시도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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